Drive My Car

Drive My Car ★★★★★

체호프의 연극 '바냐 삼촌'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참 이상하게 변주된다. 물론 주인공 유스케와 오토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코지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이 메타적으로 끼워맞춰지기도 하지만 가장 이상했던 것은 그것을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전에도 다국적 언어가 사용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밝혔던 하마구치 류스케이지만, <드라이브 마이 카> 속 언어는 참 희한하게 사용된다. 연극에서 언어는 통일되지 않고 각 배우는 자기의 언어를 사용하며 연극 무대 위의 전광판에서 해석이 나오는 방식이다. 더욱이 소리의 언어 뿐만이 아닌, 수화마저 사용되기도 한다. 이를 감독의 이전 작품들의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주제의 반복 혹은 반례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단순 그런 목적만은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정황상 오토와 바람을 핀 것이 확실해보이는 코지는 유스케와 차 속에서 대화하면서 오토가 미쳐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 가서 자신의 물건을 두는 대신 한가지 가져가는 여학생의 이야기. 그 이야기속 여학생은 자신의 죄를 처벌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이 세상을 이전과는 똑같이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코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남과의 이해를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그 후 유스케는 자신의 드라이버 미사키에게 자신은 원래 아내를 살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영화 속에서 소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연극과 차. 사실 연극에서의 소통은 말하기가 쉽다. 한국인 유나와 윤수 부부의 이야기 처럼 서로를 위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마치 이전작 <친밀함>에서 말했던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말'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예술의 목적으로서 사용된다. 하지만 차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다르는 <이탈리아 여행>을 보고 남녀 한 쌍과 자동차 하나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여기에서 그 세세한 계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겠지만, 그들의 공통점인 대화의 장소로서의 자동차를 하마구치는 긍정하기도 하고 반례로서 사용하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코지에게 자신과 아내의 비밀을 말하는 유스케와 반대로 유스케가 모르는 비밀을 들려주는 코지를 찍는 방식은 시선을 일치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찍혀졌다. 이것이 오즈의 영향인 180도선의 무시라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것은 기요시적 시선의 무시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기요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서 공포 영화로 사용하였다면 하마구치는 타인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두 남자의 드라마로서 사용하였다. 그들의 시선의 무시는 오히려 그들의 모습을 겹쳐보이게 만들 따름이다. 코지가 내리고 나서 유스케는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자리하게 된다. 이전까지 뒷자석에 앉았던 것과 달리. 게다가 차안에서 피지 말라고 했던 담배를 운전수 미사키에게 건내며 차의 윗문을 열고 담뱃재를 버린다. 그 행동을 미사키도 따라한다. 코지와 유스케의 대화로서 나타났던 '사람의 이해'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대사는 없고 단지 그 둘의 관계만을 보여줄 뿐이다.

하마구치의 영화에서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는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서로 완벽히 소통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한 자기위안일 뿐이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영화 감독이 아니라 아마 정치를 해야할테니까. 하지만 유스케의 말처럼, 그리고 '바냐 삼촌'의 대사처럼 아마도 그 모든것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하늘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대책없이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말처럼 들릴지언정, 그 유토피아에 도달하기 위한 시도는 해봐야하지 않을까? 원래 인류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였지만, 바벨탑의 건설로 신의 미움을 받아 언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처럼 언어는 다를지언정 엔딩에서의 미사키처럼 그것을 타파하려는 시도는 사람에게 아직 남아있다. 아니, 남아있어야만 한다.

+) 완벽한 영화이긴 한데 설산에서의 미사키의 어머니의 다른 인격?인 사키의 이야기와 마치 청춘 드라마 같은 대사를 하는 유스케의 장광설은 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한다. 솔직히 좀 오그라들었다...